“고전을 읽을 때 번역본의 선택은 독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결 정하기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난제가 따라붙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번역 작업이 이루어진 시대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번역된 책을 지금 읽어보면 세로쓰기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방언처럼 느껴질 정도의 문어체와 과도한 한자어 사용(한 글이 병기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등으로 ‘어색하게’ 읽힌다. 과속방지턱이 10미터에 한 번씩 등장하는 격이라 독서에 속도를 내기가 어렵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이다혜 저(著) 《오래된 세계의 농담》 (오리지널스, 192쪽) 중에 나 오는 구절입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하루에 시집을 포함하여 1.5권씩 읽고 있습니다. 지 나친 표현으로 광독가(狂讀家)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고전을 읽을 때는 여간해서는 목에 넘어가지를 않습니다. 고전은 어렵습니다. 고전이 어 렵다는 말은 사상이 난해하고 깊어서가 아니라 문장이 낡아서 하는 말입니다. 수백 년 전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오늘의 독자에게 그대로 놓일 때, 한 문장 읽을 때마다 과속방지턱을 넘듯 자꾸 멈추게 됩니다. 기독 교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C.S.루이스의 글들도 사
신은 장사다 사람을 든다 초등학교 이흔덕 학생의 시 「시」입니다. ‘신’은 신발입니다. 우리는 신발을‘내가 신는 물건’으로만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시는 신발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신발이 하루 종일 사람을 들어 올리고 옮기는 힘센 장사라고 말합니다. 주어와 목적 어가 뒤바뀌는 순간, 매일 신던 신발이 갑자기 낯설어집니다. 그리고 낯설어진 바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의미가 태어납니다. 창의성이란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기보다, 이미 있는 것을 다른 자리에서 ‘다시 보는 능력’‘뒤집어 보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시는 우리를 자기 관점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는 가장 짧고 확실한 훈련입니다. 뒤집어 보는 눈을 얻는 순간, 세상에는 감사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도 어쩌면 세상을 뒤집어 보는 일입니다. 세상은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업고 간다고 말하지만, 성경은 이름 없는 소년의 물맷돌 하나가 나라를 살리고 과부의 동전 두 닢이 부자의 많은 헌금보다 크다고 말합니다. 십자가도 그렇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패배 였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승리였고 끝처럼 보였지만 새로운 시작이었습니 다. 믿음은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추억 상자를 보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상자에는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성적표,선물로 받은 갖가지 물건들이 있겠지요. 그런데 그중에는 도저히 아름다운 추억이 라고 할 수 없는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 들이 가끔 이 물건들을 꺼내 보며 상념에 빠지고는 합니다(중략). 당신을 웃음 짓게 만드는 물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버려야 합니다. 행 복한 기억만 떠올리기에도 시간은 부족합니다.” 임하나 저(著)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읽는 책》 (북찌, 180쪽) 중에 나 오는 구절입니다. 그러나 웃음 짓게 하는 것만 남기라고 하면, 우리의 상자는 금세 텅 비고 맙니다. 나를 웃게 하는 것, 나를 슬프게 하는 것도 있지만, 나를 애틋하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 빨간 줄이 그어진 성적표, 다시는 입지 못할 교복, 이제는 걸려 오지 않는 번호가 적힌 낡은 수첩, 옛집 열쇠, 아버지가 쓰다 남긴 오래된 만년필, 어머니 글씨가 적힌 택배 송장, 아이가 어릴 적 삐뚤빼뚤 써 준 “사랑해” 쪽지, 여행 갔던 날의 날짜가 찍힌 빛바랜 기차표... 이런 것들은 버리려고 집어 들었다가도 다시 상자에 넣게 됩니
“김홍도는 산수화와 기록화, 신선도 등을 많이 그렸지만 정감 어린 풍속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밭갈이, 추수, 씨름, 서당 등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소탈하고 익살스러운 필 치로 묘사했다. 그런데 이러한 그림은 정조의 국정 자료로 활용되었던 측면이 있었다.” 신병주 저(著) 《왕으로 산다는 것》(매일경제신문사, 274쪽) 중에 나 오는 구절입니다. 정조는 국정 개혁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으며 백성들의 삶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조 시대에는 궁중에서도 백성들의 생활과 풍속을 담은 그림이 활발하게 제작되었으며, 당시 궁중 화원이었던 김 홍도는 씨름, 대장간, 서당, 논갈이, 타작 등 평범한 백성들의 일상을 매우 생생하게 화폭에 담았습니다. 정조는 김홍도의 그림 솜씨를 높이 평가하고 여러 중요한 왕실의 그림 작업을 맡겼습니다. 1788년에는 정조의 명을 받은 김홍도가 김응환과 함께 금강산과 영동 지역을 직접 답사한 뒤 그곳의 명승을 그림으로 그려 올렸으며, 1790년에는 사도세자의 무덤 현륭원의 원찰로 세워진 용주사의 불화 제작에도 김홍도가 관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김홍도의 붓은 궁궐의 높은 자리가 아니라 밭고랑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자꾸 채우려 합니다. 빈 곳을 불편해 하죠(중략). 그 동안의 제 경험으로 판단해보면 발신자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을 하는 30초보다, 수신자가 생각할 여백이 들어 있는 30초가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유병욱 저(著) 《생각의 기쁨》(북하우스, 142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한 장을 숫자와 도표와 글자로 빼곡히 채운 프레젠테이션을 아직도 자주 봅니다. 그 한 장을 띄워놓고 발표자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쏟아냅니 다. 듣다 보면 저걸 누가 다 따라갈까 싶습니다. 그 반대편에 스티브 잡스가 있습니다. 한 장에 한 줄, 그리고 장과 장 사이에 넉넉한 침묵. 듣는 사람이 생각하며 따라올 시간을 주는 것입니 다. 프레젠테이션이 곧 실력인 광고회사들이 어느 순간 일제히 이 방 식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장에서 그게 더 잘 통했기 때 문입니다. 빈틈에는 중력이 있습니다. ‘말 없는 자는 상대를 수다쟁이로 만든다’ 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가 쉼 없이 말하면 내 말이 끼어들 자리가 없지 만, 그가 조용히 듣고만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틈을 메우려 듭니다. 대화만 그런 게 아닙니다. 영화든 노래든 소설이든, 들어올 자리를 내 어주
“초등학교 소풍 때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보물찾기’ 입니다. 나무 위,돌 밑, 수풀 등에 숨은 상품이 담긴 종이쪽지 찾기 입니다(중략). 보물찾기는 기쁨을 찾는 시간입니다.” 김도인 저(著) 《아침의 숙제가 저녁에는 축제로》 (좋은땅, 175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김밥이 아니라, 보물찾기였습니다. 선생님이 손뼉을 치면 아이들은 산짐승처럼 흩어졌습니다. 나는 남들이 안 가는 쪽으로 갔습니다. 더 멀리, 더 깊이, 더 험한 데로. 보물이라면 응당 고생 끝에 나와야 한다고 믿었으니까요. 무릎이 까지고 손톱에 이끼가 끼도록 바위를 들추고 낙엽을 헤집었습니다. 결과는 빈손이었습니다. 그날 보물 쪽지를 제일 많이 챙긴 친구는 엉뚱하게도 조금 전까지 우리가 김밥을 먹던 돗자리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녀석이었습니다. 보물은 언제나 가장 익숙한 자리에 숨어 있었습니다. 보물찾기의 법칙이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평범한 곳에 숨겨 놓았다니!” 가정의 행복도 정확히 그 자리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행복은 늘 ‘~하면’ 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진하면, 이사하면, 빚 갚으면, 아이가 대학만 가면... 이건 분명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