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추운 겨울 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누구신가요?” “나는 보잘것없는 자입니다.”
여인의 연약한 음성이다. “누구냐고 묻지 않았소!”
“사랑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소녀입니다.”
“이름이 뭐요?” “제 이름은 죄악입니다.”
“어서 들어오시오.”
그 순간, 내 마음의 방은 죄악으로 가득 찼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의 시 「죄(The Sin of Witchcraft)」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추운 겨울밤, 한 사람이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누구신가요?”
조심스러운 물음에, 문밖에서는 가냘픈 여인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나는 보잘것없는 자입니다.”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다그칩니다. “누구냐고 묻지 않았소!”
그러자 문밖의 여인은 흐느끼듯 속삭입니다.
“사랑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소녀입니다.”
그 순간, 닫혔던 마음의 빗장이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사랑을 그리워하는 외로움!’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움직인 그는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이름이 뭐요?”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입니다. “제 이름은 죄악입니다.”
‘죄악!’ 우리가 평생을 경계하고 싸워야 하는 그 이름입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돌아서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뜻밖의 말을 합니다.
“어서 들어오시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그 순간, 내 마음의 방은 죄악으로 가득 찼다…”

이 마지막 문장에서 서늘한 전율을 느낍니다. 어떻게 그는 ‘죄악’이
라는 정체를 알면서도 문을 열어줄 수 있었을까요? 키플링은 말합니다.
죄는 흉측한 괴물의 얼굴로 찾아오지 않고, ‘사랑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소녀’처럼,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연민의 모습으로 다가
온다고 말입니다. 내 안의 결핍과 고독이 문밖의 가련한 존재와 공명
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문을 엽니다.
죄는 솜이불처럼 솜사탕처럼 다가옵니다. 광명의 천사처럼 다가옵니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라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
나니” (고후11:14)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