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냥 식당에서 나올 때 뒷사람 구두를 돌려놓아 주는 거예요.”
이성복 저(著) 《무한화서》 (문학과지성사, 110쪽) 중에 나오는 구절
입니다.

이성복 시인은 시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나올 때 뒷사람 구
두를 돌려놓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렵다고 생각들 하는 시가 그
렇게 작고 사소한 일과 같다니 놀랍고 희망스럽습니다. 낮게 겸손하고
작아지면 그것이 최고의 시이며, 윤동주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감
수성이 살아납니다.

시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택배 기사가 무거운 상자를 들고 올라오실 때,
문 앞에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메모 하나를 붙여두는 일이에요.
시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할 때,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버튼을 잠시 눌러 주는 것이에요.

시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마트 계산대에서 앞사람의 바구니에서 굴러 떨어진 사과 하나를 주워
주는 일이에요.
시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택시 문을 닫기 전에 “안전 운전하세요”라고 말해주는 인사예요.

시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음료를 쏟고 당황한 카페 알바생에게 “괜찮아요, 저도 자주 그래요”
라고 말해주는 위로예요.
이런 시 한 편을 늘 쓰고 싶습니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찌어다 하고” (마25:21)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