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펜싱에페 결승전이 끝나고 금메달의 최인정(계룡시청)과(부산광역시청의 송세라)선수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한국은 여자 에페 결승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최인정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송세라도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최인정과 송세라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경쟁자들을 제압해나갔다. 결승까지 오는데 큰 위기도 없었다. 특히 송세라는 4강전에서 세계 랭킹 2위 비비안 콩(홍콩)과 사실상의 결승전을 펼쳤는데, 시종일관 압도한 끝에 여유있게 승리를 쟁취했다. 최인정도 경험과 노련미를 앞세워 전 세계 1위다운 품격을 보여주며 결승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끼의 결승전. 경기장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둘을 모두 이끌고 있는 사령탑은 어느 선수 편에도 서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두 선수도 경기 전 입장 세리머니 때 서로를 보며 한 번 웃고는 이내 냉정하게 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최인정(금메달, 오른쪽)과 송세라가 24일 중국 항저우 디안즈대학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결승 시상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두 선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경기장에서는 그 어느 함성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 관중들이나 대표팀 동료들은 누구 한 명을 응원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고, 중국인들은 자국 선수가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응원할 이유를 잃어버렸다.
중국은 남자 플뢰레와 여자 에페 모두 정상에 서지 못했다. 남자 플뢰레에는 중국의 첸하이웨이가 결승에 올랐지만 홍콩의 청카롱에게 완패했고, 여자 에페는 동메달도 따지 못했다.
남자 플뢰레 결승에서 경기장이 떠나가라 응원을 펼쳤던 중국 관중은 첸하이웨이가 완패를 당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많은 관중이 결승전 이후 경기장을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여자 에페 결승에서도 침묵을 지킨 채 한국의 집안 잔치를 지켜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