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넷째 금요일,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갗을 파고드는 한기보다 가슴을 저미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초입이지만, 우리에겐 차가운 심연 속으로 스러져간 55인의 젊은 영웅들을 기억해야만 하는 준엄한 시간이기도 하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그리고 연평도 포격전까지. 서해의 파도는 그날의 포성을 기억하고, 바다는 여전히 그들이 흘린 뜨거운 피를 품고 흐르고 있다.
2002년 6월의 6명, 2010년 3월의 46명과 한주호 준위, 그리고 그해 11월의 2명. 도합 55명의 별이 서해의 물결 위에 졌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불과 20대 초중반, 누군가에겐 온 우주였을 청춘이었고, 그들이 지켜낸 북방한계선(NLL)은 단순한 해상의 경계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울의 평온한 저녁 식탁을 지키는 울타리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공원을 수호하는 보이지 않는 방벽이었다.
국가보훈은 박제된 과거를 추억하는 제례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영웅들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여야 한다. 55명의 용사가 남긴 빈자리는 우리 사회가 마땅히 채워야 할 '기억의 부채'다. 보훈의 본질은 국가를 위해 자신을 던진 이들이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그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제복 입은 이들의 어깨는 당당해지고, 공동체는 위기 앞에서 비굴하지 않은 용기를 얻는다.
또한 진정한 보훈은 슬픔에 머물지 않고 '예우의 문화'로 승화되어야 한다. 영웅의 부모가 홀로 눈물짓지 않게 하고, 부상 입은 장병의 흉터가 훈장처럼 빛나도록 사회가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한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일등 국가의 품격이자 도덕적 권위다. 보훈은 죽은 자를 위한 위령곡이 아니라, 내일의 영웅들을 향한 국가의 엄숙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서해의 55용사는 이제 바다의 물결이 되고 밤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지켜낸 이 땅의 산천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한다. 숭고한 정신은 기억될 때 비로소 영생하며, 그 기억이 공동체의 상식이 될 때 국가는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갖게 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자.
오늘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서해의 푸른 물결에 새기고,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한 별로 남기기를 바라본다. 서해를 수호한 55명 영웅들의 명복을 빌며, 그대들이 지키려 했던 대한민국을 더욱 뜨겁게 사랑하겠노라 다짐한다.
기억하는 나라만이 미래를 지킬 수 있다. 서해를 지킨 영웅들을 향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이어질 때, 국가보훈의 정신 역시 더욱 깊게 뿌리내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