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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마술


미녀의 나신 절단하기
손수건으로 비둘기 만들기
신문지를 지폐로 만드는 마술은 질릴 만큼 했다
이젠 좀 더 실용적인 마술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의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안마해 주기
배추로 김치 만들기
오천 원으로 푸짐한 밥상 차리기
실용적인 마술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눈속임이 아니라 사랑의 힘

시인 성미정의 시 「실용적인 마술」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시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를 우리네 평범한 일
상의 부엌과 거실로 끌어와, 진짜 기적이 무엇인지를 따뜻하게 일깨워
주는 시입니다.

 

 

우리는 종종 팍팍한 현실 위에서 중력을 거스르고, 종이조각을 황금으로
바꾸는 환상적인 마술을 꿈꾸며 일탈을 동경하곤 합니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이 꺼지면, 그 찰나의 눈속임들은 결코 우리의 허기를 채워주지 못
함을 곧 깨닫게 됩니다. 진정한 기적은 멀리 있는 무대 위가 아니라, 밥
짓는 냄새가 배어있는 우리의 좁은 부엌과 거실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하루의 고단함으로 딱딱하게 굳은 사랑하는 이의 어깨를 주물러, 그 천
근만근의 무게를 깃털처럼 가볍게 날려 보내는 약손이 바로 마술입니다.
뻣뻣하고 생기 없던 배추가 거친 손길과 시간을 만나 깊은 맛을 내는
김치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숭고한 연금술
과도 같습니다. 주머니 속 꼬깃꼬깃한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온
가족의 배를 따뜻하게 불리는 풍성한 밥상을 차려내는 일은, 세상 그
어떤 쇼보다 놀라운 창조의 순간입니다.

 

 

이 ‘실용적인 마술’을 완성하는 데에는 관객의 눈을 현혹하는 교묘한
트릭이나 비싼 도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내 사람을 먹이고 입
히고 쉬게 하려는 사랑의 힘이 있으면 됩니다. 그리하여 오늘 저녁 개
수대 앞에서 묵묵히 채소를 다듬고 가족의 퉁퉁 부은 다리를 어루만지는
당신이야말로, 이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입니다.
삶을 바꾸는 건 번쩍이는 마술 쇼가 아니라 사랑의 정성입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고전13:1,2)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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