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경 7갑자도 더 지난 지난 임진왜란 당시 거창의병장 김면선생은 선조로부터 의병도대장이라는 직함을 제수받았다. 선생은 감격하여 분골쇄신 노력하며, 진력하였다. 의병군대의 군량이 부족하자 아직은 병화가 미치지 않는 호남의 도백에게 구구절절하게 군량미를 요청하는 서한이 남아 전한다. 그곳에 영남과 호남을 지칭하는 말이 있어 다시한번 두 남녘을 생각하게 한다. 영남과 호남은 마치 개의 이빨이 서로 사맞지 않은 것처럼 그 경계가 맞물려 있어, 바로 이웃이라 할 것이고, 나라의 경계로 치자면 불을 의미하는 남쪽의 모서리로 성좌와 같이 널려 있으니, 옛날 제나라의 곡식으로 노나라를 구휼하였듯이 반드시 함께 먹고 주려야 할 것이라 하였다. 또한 물산이 풍부하고 인심이 좋은 것은 이른바 맹자의 추나라와 공자의 노나라 처럼 풍습이 으뜸이라 하였다. 구구절절한 애원에 가까운 요청에도 호남의 방백은 외면을 하고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김면 대장은 이듬해 3월에 영영 못올 길을 가고 말았다. 동서로 갈래져 이제는 영원히 화합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영남과 호남을 지난 4백 년 전의 서찰을 토대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