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한국에서 한 부부가 인기 온라인 게임 프리우스Prius에서
가상 아이를 키우느라 실제 아이는 굶어 죽게 내버려 둔 일이 있었다.”
크리스틴 로젠 저(著) 이영래 역(譯) 《경험의 멸종》 (어크로스, 31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호르헤 보르헤스의 단편 《작가》에 보면‘과학의 엄밀함에 대하여
(DEL RIGOR EN LA CIENCIA)’라는 흥미로운 우화가 나옵니다.
어느 고대 제국의 지도 제작자들은 극도로 정밀한 지도를 만들고자 했
습니다. 현실을 더욱 정교하게 표현하기 위해 지도의 크기를 계속 키워
나간 결과, 마침내 1:1 크기의 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
도는 현실을 모두 덮어버렸고, 결국 지도 자체가 현실이 되버렸습니다.
그 위에서 태어난 후손들은 더 이상 현실과 지도를 구별할 수 없게 되
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자녀들도 이들과 닮은 처지에 놓일 수가 있습니다.
죄성과 구원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와 그런 것들이 부재한 가상현실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이 현실 세계에서 ‘피흘리
기까지 죄와 싸우며’(히12:4) 성화를 이루어가기를 기대하십니다. 그
러나 가상 세계에는 이러한 죄와의 치열한 싸움이나 성화의 영광이 없습
니다. 그곳은 그저 편안하고 좋기만 한 세계일 뿐입니다.

디지털 세계는 분명 새로운 현실이자 대항해 시대에 버금가는 기회의
공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아날로그 현실 세계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날로그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의 균형 잡힌 조화입니다. 가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
라, 현실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활용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잇사갈 지파처럼 시대를 읽을 줄 알아야 하고, 그 시대에
어떻게 행해야 할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잇사갈 자손 중에서 시세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우두머리가 이백 명이니 그들은 그 모든 형제를 통솔하는 자이며”
(대상12:32)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