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북 의성과 안동을 중심으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인근 청송까지 확산되면서 수 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무려 9,320헥타르(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일순간에 주민들의 생계기반인 농업, 임업, 축산업 등이 화마(火魔)에 휩싸여 버렸다.
이 소식을 접한 박용한 (주)은성냉동산업 대표는 새벽같이 청송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밤새 마련한 구호물품들이 가득 실린 5톤짜리 트럭을 직접 몰고 갔다.
상당수는 자비(自費)로 급히 매입한, 먹을 것과 입을 것 등이었고 특히 나머지는 남양주 일원의 주요 기관장과 거래처 임직원들이 서둘러 정성껏 모은 의약품과 이불 등, 주요 생필품들이었다.
많은 이재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군수와 군청 직원, 주민들이 고맙다며 그의 손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기자가 물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것 같은데…⁈”
“아, 예. 청송은 제 고향입니다. 8남매의 여섯째로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죠. 정말 가난했습니다. 끼니를 못 채워 늘 배를 곯았죠. 고향이 불바다라는데 달려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망연자실하고 계실 고향 어르신네들과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며 울면서 차를 몰았지요·~~”
박 대표의 이 같은 말을 들으며 순간 떠오른 성어가 있었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이었다. 가난했던 소년이 성공하여 고향의 어려운 상황을 듣자마자 도울 물품을 싣고 황급히 고향으로 달려간, 성공한 실업인이라면 금의환향이란 사자성어를 인용할 만도 하다는 생각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산불 때문에 혼비백산인 고향사람들을 돕는 일을 두고 이 성어를 쓴다는 건 적합치 않게 여겨졌다.
‘무슨 표현이 적합할까? 어! 삼성그룹의 창업자 故 이병철회장이 대구상회를 성장시켜 그룹을 창건하면서 표방했던 삼성의 정신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이란 슬로건은 어떨까 ?’
가난하긴 했지만 청송은 박 대표의 고향이고, 그 곳에서 성장했던 곳이니 ‘사업보국’은 아니라하더라도 최소한 ‘사업보향’(事業報鄕)이란 표현 정도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어떻든 어려움에 처한 고향을 돕는데 발 벗고 나선 그의 모습은 보기 좋은 장면이다.
사업성공의 비결은 은근과 끈기… 첫 번째 손꼽는 좌우명 ‘초지일관’(初志一貫)
(주)은성냉동산업의 박용한 대표는 오늘도 새로운 사업성공의 신화 쓰기에 여념이 없다.
남양주 일원의 명망 있는 상공인 600여명 가운데 톱-클레스로 손꼽힌다.
업계에선 그를 ‘냉동박사’라고 일컫는다. 냉동관련분야에선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의미로 붙여진 호칭이다. 톱-클레스 상공인으로 지목받고 있는데는 그럴만한 근거가 뒷받침 돼야함은 당연하다.
호칭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박용한대표의 (주)은성냉동산업은 지난해 기준 100억 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총 13명의 직원들이 힘을 모아 일궈낸 실적이다. 1인당 생산 ‧ 매출실적으로 따진다면 경이적인 규모이다. 냉동부문 1위에 랭크돼 있다.
(주)은성냉동산업이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지명원(指名願)에 따르면 은성냉동산업은 1983년 1월에 설립, 무려 42년의 사역(社歷)을 지니고 있다.
박용한 대표가 2008년 12월에 인수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이 감지되는 부분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치자면 박용한 대표의 실제적인 경영 기간은 17년 남짓이다.
길지 않은 기간이다. 이 기간 내에 (주)은성냉동산업이 굴지의 냉동분야의 ‘으뜸기업’으로 발돋움한 저력은 뭐니뭐니해도 ‘은근과 끈기’ 그리고 쉼 없는 기술개발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냉장고 배수면 구조에 관한 특허를 비롯, 저온저장고용 일체형 냉동기, 중앙선 표시봉, 전화비상알림용 무인정비시스템, 저온저장설치용 다용도 받침대 등 총 9건의 특허권을 지니고 있다. 박용한 대표의 손과 머리에서 탄생한 신기술 아이디어들이다.
우리가 즐겨보는 ‘맥가이버’의 신기(神技)를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의 손을 거치면 뭐든 놀랄 만한 게 탄생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기술 인증서도 셀 수 없이 많다. 벤처기업확인서, 유망 중소기업 확인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CLEAN사업장 인증서,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증서, 환경경영시스템인증서, 품질경영시스템인증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확인서 등이 그것이다. ISO9001:2008인증, ISO14001: 2004인증도 확보하고 있다. 사업면허는 기계설비 전문건설업과 냉동기계제조면허 전문업체로서 농산물 저온 저장고 대표 모델 등록, 대형냉장고 중소기업중앙회 직접생산등록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주)은성냉동산업의 ‘지명원’에서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거래업체 명단이었다. 수많은 업체이름들을 살펴보면서 ‘아!, 이것이 박용한대표와 은성냉동산업의 저력이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주)캐리어현대산업, 성남 케이푸드, 현대농산, 양평발효식품, 파주보세창고, 해태아이스크림 청주‧ 대전영업소, 청솔냉동, 롯데제과(주)마포영업소, 다산매실농장, 맘쿠킹, LX판토스, 롯데월드, 빙그레 전주영업소, 태영물류, 명승제과, 광천식품, 유림건설, 고려대병원(안산), 화성남양공조, 조흥물산, 주식회사 한샘유통, 빙그레 도농공장, 롯데웰푸드, (주)크리스티코리아. 농업법인(주)현대농산, (주)판토스 등등, 셀수 없이 많고도 많다. 그만큼 은성냉동산업과 박 대표를 신뢰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많다는 증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박 대표는 2008년의 제 2창업 이래 설정해 놓은 ‘비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때 세웠던 비전의 골자는 ‣넘버 원 직원행복 ‣넘버 원 고객감동 ‣ 넘버원 미래경영이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와 더불어 차별화된 선진기술과 시스템 저장고 보급확대를 통한 국가산업에의 솔선수범적 이바지를 모토로 삼고 있다.
대표이사실의 벽면, 가장 눈에 띄는 곳에는 2개의 사자성어 휘호가 걸려있다. 그 하나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이고, 다른 하나는 근고지영(根固枝榮)이란 성어였다. 초지일관은 처음 세운 뜻을 끝까지 변함없이 지켜나가라는 덕담의 말씀이고, 근고지영이란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해진다’는 지혜의 말씀이다.
前경기도 남양주동부상공회 명재태회장이 선사한 휘호라고 했다. ‘이 휘호를 받을 사람은 자네밖에 없어~!’라면서 얼마 전, 이 두 점의 휘호를 직접들고 오셨다며 겸연스레 어깨를 한번 들썩여 보인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제가 고집스레 지키는, 또 한 가지 계명 같은 게 있긴 해요. 궁금하시죠. 뭐냐하면요. 시작하면 필히 끝을 낸다는 겁니다. 저 스스로의 채근이라고 보시면 무난할 듯 싶어요. 근성일 수도 있고요. 저는 그동안 서울 노원구에 있는 불암산을 아마 100번은 올랐을 겁니다. 표고 509,7m의 악산이기 때문에 정상 도전이 그리 쉽진 않은 산이지요. 100번 도전 중 단 한 번도 중도에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사업의 목표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
‘‘돈많이 벌어 어디에 쓰시려합니까?”…“사업성공 외엔 아무 생각도 안 해봤습니다”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이던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진남오거리 대로변 (주)은성냉동산업 사옥 앞. 박용한 대표가 문 앞까지 나와 기자의 방문을 환영한다.
“어서 오십시오. 더운 날씨에 고생하셨네요” 첫 만남이었지만 친근감이 확 느껴졌다.
자리를 대표이사실로 옮겼다. 격의 없는 말투와 모습이 마치 예전 시골 동네 다정다감한 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특히 웃는 모습이 너무나 소탈해 보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한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그에게서 또 다른 이미지가 느껴졌다.
예리한 상황전개 요령과 그 속에 숨겨진 ‘카리스마’였다. 훈훈함 속에 상대를 제압하는 힘이 강하게 어필됐다. ‘아하! 이것이 박 대표의 사업적 강점이구나…!!’ 순간, 기자적 장난끼(?)가 발동했다.
“…쾌속 성장 중이신데, 돈 벌어서 어디에 쓰실 요량이십니까~?!” 박 대표는 이 같은 돌발성 질문에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화답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는 경북 청송의 두메산골에서 가난하게 살았잖아요. 어린 시절의 제 생활 지표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열심히 사는 것이며 그 가운데 먼 훗날 때가 되면 사업에서 성공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했었죠. 변함없는 생각이었죠. 때가 됨에 저는 기업인수의 기회가 생겼고, 따라서 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며 최선을 다 해왔고, 미래를 설계 중에 있습니다.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신,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기자님과의 대화 도중 제 생각이 크게 흔들렸어요.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입장을 말씀하셨잖아요? 그 부모님들이 돌아가시면서까지 어찌 마음이 놓이겠냐고 저에게 물으셨잖아요? 아직은 뭐를 어떻게 해야할찌 분명한 대안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방향은 설정됐습니다. 그늘진 곳에 있는 많은이들을 돕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베트남출신 청년들 돕기에 열심을 다 하고 있잖습니까? 장학금을 주면서 그들이 자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고 있지요. 그런데 말씀을 나누는 중에 수많은 장애우(友)의 아픔과 그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고 계신 그들의 부모님들이 지니고 있는 아픈 마음을 떠올릴 수 있게 된겁니다. 마음판에 새겨두겠습니다. 열심을 다해 사업도 성공시키고, 그리하여 재력을 쌓아 그들에게 보탬이 될 만한 재원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겠습니다. ”
인터뷰를 마감하면서 특별히 보탤 말씀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가족 이야기가 튀어 나온다. “제 집사람이 그동안 많이 고생했지요. 모르긴 해도 큰 짐을 지고 높디 높은 산등성이를 힘겹게 넘었을 겁니다. 늘 감사하고 있어요. 자식자랑은 팔불출(八不出)이라고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식 이야기 좀 해야겠네요. 작은 딸아이 이야깁니다. 원래 서울여대 건축학과를 다녔지요. 그러다 5년 전, 한국폴리텍대학으로 옮기더니 산업기사 자격증을 따더라고요. 저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어요.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케리어 경기북부 총판을 담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케리어 판매점들은 모두가 대리점 형태인데 우리 딸 아이는 북부총판을 맏고 있는 겁니다. 사업 수단이 대단해요. 저의 후견인이라면 너무 나가는 예긴가요…?!”
박용한 대표는 딸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내내 즐거워했다. 몹시나 행복한 모습이었다. 팔불출이라는 빈축 걱정은 ‘1개’도 없는 듯 했다.
<특별취재팀 박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