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 서명했다. RCEP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서 참여국 인구 수 약 36억 명, 역내 GDP 약 26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 플랫폼이다. 2012년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RCEP 협상 개시가 선언된 후 약 8년 간 16차례에 걸친 공식협상을 통해 협정 타결과 서명이 이루어졌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중국이 주도한 협정이어서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는 이번 협정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은 RCEP 참여국 대부분과 이미 개별적인 FTA를 체결하였으나, RCEP는 무역 분쟁이나 지적재산권 보호, FTA 협정 위반에 대한 이의제기범위가 넓고 효과적이며 구속력이 강한 편이어서 개별 국가적 FTA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RCEP 서명으로 한국은 핵심 산업인 자동차, 철강, 전기전자, 게임 영화 등의 문화콘텐츠를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되었고, 열대과일, 음료, 냉동 청어 등 해산물 등의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였는데 쌀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협상을 유리하게 잘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RCEP는 일본과 처음으로 체결한 FTA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비록 완성차, 기계, 쌀 등 민감한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소재, 부품, 장비, 주류 등에 대한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낮추거나 폐지하여 상호간 관세 철폐율이 46%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반도체 관련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해 경색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발효시한인 2022년 1월 1일에 맞추려면 서명국들 중 아세안 회원국 6곳, 비아세안 회원국 3곳이 그 60일 전인 2021년 11월 초까지는 비준을 마쳐야 하는데 비아세안 회원국들은 중국에 대한 저항감과 미국과의 관계로, 아세안 국가들은 내부 정치상황과 새로운 FTA 체결에 대한 망설임 때문에 비준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이 주도했던 TPP의 후신 격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가입을 요구받는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한편 이번 RCEP 정상회담과 협정서 서명은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비대면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되었다. 대구취재본부 이정헌 기자 yjhy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