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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60m 두께의 얼음 아래, 남극 바다를 만나다

- 극지연, 세계에서 네 번째로 두꺼운 빙붕 시추 기록 세워…



해수면 상승 예측 정확도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

아시아통신 송기정 기자 |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와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영국 남극조사소가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남극 난센 빙붕* 860m 두께의 얼음을 뚫고 빙하 아래 해저를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공은 전 세계 빙붕 ‘열수시추’ 탐사** 중 영국 남극조사소의 기록에 이어 네 번째로 두꺼운 얼음을 뚫은 기록에 해당한다.

 

* 남극 대륙빙하와 이어진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덩어리로, 바다에 떠 있으면서 빙하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 섭씨 90˚ 이상으로 끓인 물을 얼음에 고압으로 뿌려 구멍을 만들어서 빠르게 바닥까지 뚫는 기술

 

온난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은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극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아내릴지, 그리고 이로 인해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남극 빙붕 아래쪽의 해양환경(수온, 염도, 유속 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빙붕은 바다와 맞닿은 대륙빙하(지반선 부근)에 가까워질수록 얼음이 두꺼워지는 특성이 있어 얼음을 뚫고 아래쪽을 관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빙붕 아래 남극 바다를 탐사하기 위해 ‘열수시추’ 방식으로 얼음을 뚫는 데 성공했다. 

 

열수시추 때에 만들어놓은 구멍(시추공)이 다시 얼어 막히기 전에 끝까지 뚫고 관측 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나라 극지연구팀은 기술 지원을 위해 참여한 영국 남극조사소 연구진과 함께 작년 12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에서 약 30km 떨어진 난센 빙붕에 캠프를 설치하고, 얼음 아래에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물을 채우는 방법으로 물을 확보했다. 

 

이어서 올해 1월 3일부터 5일까지 총 42시간의 끊임없는 열수시추 끝에 마침내 860m 두께의 얼음을 뚫는 데 성공했다.

 

이번 난센 빙붕 시추는 1,300m 가까이 되는 두께의 빙붕 열수시추를 하기 위한 기술 확보가 목적이다. 

 

이번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2025년에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에서 빙붕 열수시추(1,100~1,300m)에 도전하여 빙붕 하부를 탐사할 예정이다. 

 

스웨이츠 빙하 지역 하부를 탐사하게 되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더욱 정확히 예측하고 기후변화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향상할 수 있다. 

 

한편,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로 전부 녹으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이 65cm 오르고, 주변 다른 빙하가 녹는 것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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