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이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 도우며 지내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새로운 핵산 검사 QR코드 받는 방법, 집에서 생필품 구매하는 법, 자가격리 중 따라야 할 규칙... 상하이에 거주 중인 한국인 박창주씨는 이와 같은 질문을 하루에 40~50개씩 받는다. 알려 줄 수 있는 질문은 바로 알려 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단지 직원에게 관련 문의를 전달해준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여러 인맥을 동원해 함께 해결해 주기도 한다.
박창주(왼쪽 첫 번째)씨가 지난 3월 말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는 모습. (취재원 제공)
박씨는 상하이에서 20년 가까이 살아 왔다. 한국의 가전제품·식품 무역 일을 하면서 한식당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상하이 민항(閔行)구 훙차오(虹橋)진 소재 진슈장난(錦繡江南) 아파트 단지는 상하이 한인타운과 가까워 한국인 거주자 비율이 30% 이상에 달한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언어라는 장애물은 지역사회 방역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가져왔다. 이에 박씨는 자발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핵산 검사 ▷물자 배급 ▷의약품 배분 등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위챗에서 여러 그룹 채팅방을 관리하고 있는데, 한국인만 약 1천200여 명에 달한다. 박씨는 "처음에는 단지 내 방역 안내 및 소통이 주 업무였다면 지금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소통창구가 됐다"고 말했다.
상하이시 코로나19 통제 관리 기간 동안 한 한국인 주민이 밥을 짓다가 손을 데었다. 화상약이 시급한 상황에서 박씨는 본인이 관리하는 위챗 그룹 채팅방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국인 주민 중 한 명이 화상약이 있음을 알게 됐다. 박씨는 단지 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손을 데인 주민에게 화상약을 건네 줬다.
박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주민위원회 단지 외에 주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그룹 채팅방에 참여해 함께 코로나19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용과 입시를 준비 중인 한 학생이 있었는데 봉쇄 때문에 무용바를 인터넷으로 살 수 없어 연습을 못해 학부모가 노심초사하던 차에, 마침 쉬후이(徐匯)구에 거주하는 다른 한국인이 갖고 있던 무용바를 제공해 퀵으로 받을 수 있었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달 1일 상하이시가 통제 관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여러 한국 유학생들을 위해 성금을 기부했다"며 "유학생 중 상당수가 학교에서 생활하지 않아 평소에 배달 음식과 외식 위주로 식사한다"고 전했다.
풀무원의 중국 법인 '푸메이둬(圃美多)' 상하이 관계자는 4월 말 박씨에게 연락해 자사의 콩제품을 단지 내 주민들에게 나눠 달라고 요청했다. 박씨의 적극적인 협조로 두부 등을 포함한 콩제품 3만여 개가 진슈장난 아파트 단지와 주변 단지에 전달됐다. 가구당 3~5개의 콩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박씨는 "우리가 하는 일은 코로나19와 싸워 이기고 모두의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며 "서로 도와야 코로나19 사태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