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故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국보 및 보물급 개인 소장품과 1만3000여점의 최장상급 미술품들을 남긴 인물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故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평소 그가 40여년 간에 걸쳐 공들여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들을 모두 기증하기로 하고 마무리 작업을 서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유품은 전문가들의 감정결과 문화재와 미술품의 총 감정액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내외로 알려졌다. 이같은 감정결과는 한국화랑협회, 미술품 감정위원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센터 등이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간에 걸쳐 시가감정한 결과치이다. 이들 기관들은 조만간 최종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 10대 미술관 못지 않은 규모를 갖췄다고 한다. 이 컬렉션에 소장된 유품 중에는 조선시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 219호)와 '금강전도'(국보 제 217호), '청화매죽문 항아리'(국보 제 219호)등 국보 30점과 보물 82점이 소장돼 있다. 여기에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파블로 피카소, 앤디워홀 등 서양 근현대 미술품 1,300여점이 보관돼 있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국민화가 박수근의 '농악' '나무와 두 여인' '빨래터' 등 작품 90여점, 이중섭의 '황소' 2점, 한국추상화의 거장 김환기의 대형 푸른점화, 이우환의 주요 작품 등 한국현대미술품 2,200여점도 컬렉션에 포함돼 있다. 유족들은 故이건희 커렉션 중 국보와 보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한국근현대미술 주요 작품을 기증란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 출연한다. 40여년의 이건희 회장의 정성스런 손길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