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자동계단은
아침이 흐르는 지하철 역사(驛舍) 내
승객들이 내딛는 발걸음에서
치열한 경쟁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오르내리기에 쉴 새 없는 자동계단은
수직이동의 효율성에도 승객의 성향 따라
한줄서기와 두줄서기에서 자유롭다
유연히 썰물처럼 빠져가는 이동 흐름이
혼잡스럽게 보이나 그 가운데
스스로 배려하는 묘한 질서가 숨어있네
휑한 계단을 올라서기 머쓱한 출입구로
홀연히 다가온 바람은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동심을 깨운다
70년대 초기만 해도 대도시에서
타보는 자체로도 호기심 어린 체험이자
관광 대상으로 마음을 설레게 했지
자주 만나 친숙하다고 운행 중
계단에서 함부로 걷거나 뛰는 행동은
안전상 금해야 할 것이오
덩치만큼이나 뚝심 있는 친구는
승객이 스스로 안전 수칙을 지킬 때
제일 행복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