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바람개비는
신록의 그늘에 풀 향기 가득 솟아나는 때
실바람이 한 줌의 햇살을 가볍게 감아내어
날카로운 네 원통형으로 빠져든다
따뜻한 기운을 만난 회전 날개는
그간 쌓인 피곤을 잠시나마 풀어보려는 듯
뚝뚝 소리 나는 몸을 이리저리 비튼다
둥글둥글 산다면서 투덜거리긴 했으나
고난의 굴레를 참고 극복해온 지난날들이
그리움의 수다거리가 될 줄이야
실바람에서 싹쓸바람까지 오가는 변덕에도
고집스럽게 오로지 한 방향으로
신바람 나게 사는 것이 좋은 바람개비
새롭게 다가올 도전을 무난히 넘기려
초여름을 여가선용의 기회로 삼고자 하니
바람은 고요에 잔뜩 긴장감을 높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