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서 싸우는 데엔 우리 동물들이 결코 인간을 닮아서는 안 된
다는 점도 기억하시오. 여러분이 그를 정복하더라도 절대로 그의 악한
짓거리들을 모방해선 안 됩니다. 동물은 어느 누구도 집 안에 살아선 안
되며 침대에서 자도 안 되고 옷을 입거나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돈을
만져서도 안 됩니다. 장사에 손대서도 안 돼요. 인간의 모든 습관은 사
악합니다. 무엇보다 동물은 동족을 폭압해서는 안 됩니다. 힘이 세건
약하건,똑똑하건 않건 간에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동물은 어느 누
구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조지 오웰 저(著) 도정일 역(譯) 《동물 농장》 (민음사, 14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조지 오웰이 1945년에 발표한 『동물 농장』은 존스 씨의 농장에서 인
간의 착취에 시달리던 동물들이 늙은 수퇘지 메이저의 꿈과 연설에 고
무되어 반란을 일으키고, 인간을 몰아낸 뒤 모든 동물이 평등한 ‘동물
농장’을 세우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늙은 수퇘지 메이저의 이 연설은 혁명의 순수한 출발점이었습니다. 그
러나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돼지들은 두 발로 걷고 옷을 입은 채 인
간과 술잔을 부딪치며, 창밖의 동물들은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더 이상 분간하지 못하게 됩니다.
오웰은 이 우화를 통해 악과 싸우던 자가 어느새 그 악을 고스란히 닮아
가는 권력의 역설을 날카롭게 고발한 것입니다. 이것은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미워하다가 어느덧 그 사람의 말투와 방식을 닮아 가는 우리 마
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악을 이기되 악의 방식이 아니라 십자가의 방식으로 이기라고
하십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롬12:21)
미움으로 미움을 이기려 하면 우리는 원수를 닮아 가고, 사랑으로 악을
이기면 그리스도를 닮아 갑니다. 오늘 우리가 닮아 가야 할 얼굴은 나를
아프게 한 그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입니다.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