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통신]

<최용운 기자>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금융·유통·농업·경제사업 등과 연계된 파급효과가 큰 기관으로 평가되면서 전북을 비롯해 전남, 경북, 부산 등 여러 지역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정읍에서도 농협중앙회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통신은 지난 7월 22일 「농협중앙회, 정읍시로 유치하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읍시가 농협중앙회를 핵심 유치 대상으로 선정하고 공공기관 유치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정읍의 정치권은 물론 시민 모두가 유치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에서는 김재선 씨가 농협중앙회 정읍 유치를 위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농협중앙회 유치는 단순한 공공기관 유치가 아니다
농협중앙회 유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본사 직원이 정읍으로 이동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금융과 유통, 농업경제, 축산경제 등 다양한 사업과 연계되어 있어 본사가 이전할 경우 관련 기관과 기업, 협력업체, 종사자 및 가족의 이동 등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전북지역 언론은 농협중앙회 유치가 금융·유통 등 다수 계열사와 연계돼 지역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농협중앙회가 아직 정읍으로 이전하기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재는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을 둘러싸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유치경쟁을 벌이는 단계다.
전북도 역시 농협중앙회를 주요 유치기관으로 선정
전북특별자치도도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한국투자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은행, 9대 공제회 등 40여 개 기관을 유치 희망기관으로 정하고 중앙정부와 기관을 상대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는 2026년 4월부터 실·국별로 유치 희망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활동에도 나섰다.
7월 보도에서는 전북도가 농협중앙회와 금융기관 등을 포함한 40여 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삼고 제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전북도가 농협중앙회를 유치한다고 해서 농협중앙회가 정읍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전북도 차원의 유치와 정읍시 차원의 유치는 반드시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전국은 이미 정치권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유치 경쟁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다른 지역의 움직임이다.
경북도는 지난 7월 국회에서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제2차 공공기관 경북 유치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역 정치권과 행정이 함께 유치전략을 논의했다. 농협중앙회와 한국마사회 등 46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내세웠다.
전남도 역시 공공기관 유치추진단을 구성하고 목표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남의 추진단은 22개 기관을 직접 방문해 산업기반과 정주여건, 인센티브 등을 설명했다.
결국 공공기관 유치는 지자체 홈페이지에 유치계획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려운 국가적 경쟁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일반 공공기관과 다르다는 점
농협중앙회는 정부가 출자·설립한 일반적인 공공기관이 아니다.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 중앙조직이며, 현행 농협법 제114조는 농협중앙회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이전을 위해서는 농협법 개정이라는 별도의 입법절차가 필요하다.
실제로 국회에는 농협중앙회 주사무소의 소재지를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특히 정읍·고창을 지역구로 둔 윤준병 의원과 전주을 이성윤 의원은 주사무소 소재지를 전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도 소재지를 중앙회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농협중앙회 이전은 단순한 지자체 유치사업이 아니라 국회 입법과 중앙정부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읍의 과제는 '유치 선언'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정읍이 농협중앙회를 진정으로 유치하려 한다면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첫째, 정읍시·정읍시의회·지역 국회의원·전북도·전북지역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공동 유치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농협중앙회에 정읍 이전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셋째, 이전에 필요한 부지와 청사, 교통, 주거, 교육, 의료 등 정주여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정읍의 농생명·축산·첨단산업·연구개발 기반과 농협중앙회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산업 연계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국회의 농협법 개정 논의와 중앙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정읍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누가 무엇을 했는가'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이제 정읍시민이 요구해야 할 것도 분명해졌다.
“농협중앙회를 유치하겠다”는 발표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누가 농협중앙회를 몇 차례 방문했는지, 누구와 협의했는지, 어떤 부지를 제시했는지, 전북도와 어떤 협의를 했는지, 국회의원들은 어떤 법안과 정치적 활동을 했는지다.
또한 유치추진단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다면 그동안의 활동내용과 향후 계획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유치는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업이다.
특히 농협중앙회처럼 법 개정까지 필요한 기관이라면 시장이나 일부 공무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장·정치권·시의회·전북도·국회의원·농업계·시민사회가 하나의 유치전략 아래 움직여야 한다.
아시아통신이 강조한 것처럼 농협중앙회 정읍 유치는 정읍시만의 사업이 아니라 정읍의 정치권과 시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지역의 핵심 현안이다.
지금은 '구호'보다 '실적'을 보여줄 때
정부는 아직 농협중앙회를 포함한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기관과 구체적인 발표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유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준비와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국의 다른 지방정부들이 국회 세미나를 열고, 정치권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목표기관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상황에서 정읍도 더 이상 추상적인 유치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농협중앙회 정읍 유치가 진정한 목표라면 이제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정읍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지역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농협중앙회 유치는 '누가 유치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읍의 미래를 위해 실제로 유치해 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