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미학(aesthetics of distance)’ 이라는 말이 있지요.
아름다움이란 주체와 대상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될 때 형성되고
지속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김재홍 편저(編著) 《당신은 슬플 때 사랑한다》 (문학수첩, 80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이가 좋다는 말은, 서로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관계라는 물결 위에서 살아갑니다. 그 물결은 때로 우리를 다정
하게 안아 위로가 되지만, 때로는 우리를 아프게 부딪쳐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입니
다. 상처는 언제나 친밀함을 먹고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알맞은 거리가 필요합니다. 너무 멀어 서로가 보
이지 않는 거리도 아니고, 너무 붙어 서로의 숨이 막히는 거리도 아닌,
바다 위에 나란히 떠 있는 두 개의 섬 같은 거리 말입니다. 서로를 바
라볼 수 있을 만큼 가깝고, 서로가 서로일 수 있을 만큼 떨어진 그 자
리. 그 사이로 잔잔한 바닷물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가고, 햇살이 스며
듭니다.
사이가 좋다는 것은 빈틈없이 맞붙어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서로 등을 돌린 채 멀어져 있는 일도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를 향해 마
음을 열어 두되,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 일입니다. 서로에게 숨
쉴 자리를 내어 주는 마음, 서로를 다 채우려 하지 않고 조금은 비워
두는 마음. 그 비어 있는 자리에 그리움이 고이고, 존중이 자라고, 사
랑이 오래 머무는 것입니다.
관계의 미학은, 결국 알맞은 거리를 지켜 내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전도서를 통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할 때가 있으며”(전3:5).
참된 사랑에는 꼭 끌어안을 때가 있고, 가만히 한 걸음 떨어져 지켜봐
줄 때도 함께 있다는 것입니다.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