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한파'가 막 시작되던 지난 5일, 강원도 춘천 민원실.90대로 보이는 한 어르신이 들어섰다. 멈칫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민원담당자 앞으로 닦아섰다. "어르신 뭘 도와드릴까요? " "아니 그럴건 없고 이거..."하면서 기부자를 대신해 왔다며 하얀 봉투 하나를 건냈다. 직원이 그 봉투에 든 것을 살폈다. 수표 한장과 간단한 편지가 담겨 있었다. 직원은 수표를 확인하고 감짝 놀랐다. 3억원 짜리 수표였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꼭 익명으로 해주십시오. 코로나로 인해막막한 현실에 놓인 이웃을 돕고 싶었습니다. 이 작은 선물이지만 특히, 어린 자녀를 거느리고 있거나 병든 노부모를 모시면서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부녀자 가정에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 그러면서 이름 모를 그 기부자는 구체적으로 "꼭 도움이 필요한 100가구를 엄선해 1월부터 3월까지, 그러나까 겨울을 지내고 봄이 올 때까지 매달 100만원씩을 지급했으면 좋겠네요..."라고 적었다. 추천시는 이 기부금(수표 1장)을 강원도 모금회에 지정후원금으로 입급했답니다. 서둘러 대상자가 발굴되고 이름도 얼굴도 모를 그 기부자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질 터이지요. 세상이 각팍해졌다고들 혀를 차지만 어찌보면 우리의 '돌이킬 수 없는 착각'이란 생각이 강하게 뇌리를 스쳐 간다.
박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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