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황태후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죽음을 애
도하는 시민들의 행렬은 8킬로미터에 달했다. 대체 백한 살의 그녀에게
무슨 권세, 무슨 매력이 남아 있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
었다는 말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그녀가 남긴
말들이 아직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군의 폭
격으로 버킹엄 궁의 벽이 무너졌을 때 현장에 나타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독일의 폭격 덕분에 그동안 왕실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벽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제 여러분들 얼
굴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그녀는 기지와 유머에 넘치는 말로 위기를 뒤집고 실의에 찬 시민들에게
안심과 용기를 주었다.”
이어령 저(著) 《문화 코드》 (문학사상사, 185-186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임진왜란 시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이 궤멸하는 타
격을 입자, 선조는 수군을 폐하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
다. 이때 이순신이 올린 유명한 장계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이 말은 단순히 남은 배의 숫자를 보고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불굴의 의지를 담은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이 장계를 받은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감동하여 수군을 유지하기로 결
정했습니다.

결국 이순신은 이 12척의 배로 명량해전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거두며 전세를 역전시키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한 줄기 빛과 같았던 그의 말은 조선을 구한 신의 한 수였습니다.
위기의 순간 리더가 하는 최상의 말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게 됩니다.
우리는 매일 무수한 말을 흘립니다. 그중 믿음의 말 몇 마디는 흙이
되고, 몇 마디는 씨앗이 됩니다. 침묵은 금이지만, 최상의 말은 다이아
몬드입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 (잠25:11)
<강남 비전교회 / 한재욱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