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압사사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인재(人災)다 아니다하는 문제를 떠나 어떻게 이런 참극이 수도 서울에서 빚어질 수 있었는지 그 것이 궁금해진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란 케션마크와 관련하여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책임자 문책론과 함께 ‣심지어 일부 세력에 의한 음모설(陰謀說)까지 조심스럽게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난해하면서도 중차대한 난제들은 전문기관 등의 정밀 조사와 수사 등을 통해 그 사실여부가 낱낱이 가려질 것이기에 필자는 이런 예민한 문제들은 차치하고, 다만 이번 이태원 사고를 원초적 차원에서 객관적인 몇 가지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보려고 한다.
우선 대통령과 주무장관, 경찰청장 등 국정과 행정의 최고 책임자들이 사고 직후 서둘러 고개 숙여 대(對)국민 사과의 말씀을 발표한 것은 당연한 도리요, 절차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가 하나 있다. 진정성의 문제이다.
지금까지의 대형 참사사건에 대한 사고 수습과정과 절차, 패턴은 천편일률(千篇一律)적 이었다.
사고가 터지면 국정책임자와 주무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어 책임자 문책이 뒤따르고, 서둘러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이란 게 발표되고, 시간이 흐르면 흐지부지됐다가 다시 대형사고가 터지는 악습(惡習)의 반복이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관행적 폐습이 완전히 깨어져야만 한다.
악습이 관행화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은 ‘진정성 없는 빈말’과 임시방편적 졸속대안 때문이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들은 정말로 진정한 마음과 자세로 이번 ‘이태원 참사사건’을 되짚어 보아야만 한다.
특별히 이 사건을 접한 이후 수많은 국민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 눈물을 ‘이태원의 눈물’이라 명명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대오각성(大悟覺醒)하면서 더 이상 국민들이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 사고로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이태원 참사 사건이후 많은 국민들은 방송 화면에서 ‘이태원 속보’가 나오면 반사적으로 체널을 돌려버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유명(幽明)을 달리한 젊은이들의 마지막 처절한 모습과 울부짖는 유족들의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용기와 자신이 없기 때문이란다.
국가적 비극이다.
간단하게 이태원 사고의 몇 가지 원초적 문제점을 짚고 넘어갈 순서이다.
첫째, 많은 국민들은 무려 10만 명 이상 모이는 대규모 집회 행사에 주최자가 없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필자도 물론 여기에 포함된다.
주최자가 없다는 것은 주관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진배가 없다.
주관 포기는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파렴치한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사고가 나던 말 던 상관치 않겠다는 심보(心뽀)였던 게 분명하다. 어떻게 이런 행사가 가능했을까? 철저히 따져볼 대목의 하나이다.
둘째는 사고가 난 좁은 길과 행사가 진행되는 이태원 출입구 전반에 ‘출구와 입구’ 팻말이라도 설치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공무원 몇 사람의 아주 작은 수고만 있었더라도 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행정관리의 허점이다.
셋째는 사고 이후에 빚어지고 있는 책임과 문책론(論)에 대한 문제점이다.
수백 명의 인명사고인 만큼 상응한 책임과 이에 걸 맞는 문책은 불가피하다는데 일단 동의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다만 문책은 과거의 악폐를 답습하는 행태가 아니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특정인 몇 사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이태원 사고는 단순한 한 두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단순사고가 아니다. 수많은 요인들이 얽키고설킨 ‘복합적 참화’사고이다.
탁상행정, 무사안일, 복지부동등도 문제였겠지만 더불어 국민적 안전불감증도 중요한 원초적 사고원인의 하나였다.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하는 요행수와 무지함, 인명(人命) 경시풍조, 안전관리의 시스템 미비 등등 수많은 요인들이 일순간에 겹쳐지면서 폭발한 빅뱅(big Bang)이었다고 판단된다.
상기(上記)한 다양한 요인들의 주체를 하나의 큰 카테고리에 담으면 바로 그 주체는 ‘국민’이 된다.
이 ‘국민’의 범주에는 ‘여의도 의원님’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쉴사이 없이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소요(騷擾) 속에서 어찌 국민들인들 온전한 정신일 수 있었겠는가....?!
여러 상황과 문제점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대형참사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최선, 최적(最適)의 대안 마련의 시발과 종착점은 ‘국민’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안전에 대한 범(汎)국민적 의식 개혁과 체계적 교육과 체험학습, 행정의 시스템화 등 국격(國格)에 걸맞는 안전선진화를 향한 획기적 변화의 기틀을 서둘러 세워야 할 때이다. 바로 지금이 그 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