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계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재계구도가 젊은 그룹 총수들 중심으로 옮겨지면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과감한 결단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들 젊은 총수들이 내다보는 시야는 '한국'이 아니라 '글로벌'시장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국내 4대그룹 총수들이 한 자리리에 모여 담소(?)를 나눴던 적이있다. 이후 롯데가 울산으로 포스코 회장을 만나러 내려가는 가하면 SK 총수도 여기 저기 잰걸음을 계속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현대의 정의선 회장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만났던 적이 있다. 그 만남의 이유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모아졌었는데 바로 그 결실이 자동차 배터리부문에서 맺어졌다. 삼성과 현대는 재계 서열을 놓고 '숙명'처럼 맞서온 상대들이다. 이 벽이 젊은 총수들에 의해 무너지면서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동반자'로 탈비꿈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납품할 '원통형 배터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가 현대와 기아에 차량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 이유의 뿌리는 1993년 삼성이 자동차 사업(르노삼성)에 뛰어들면서 부터이다. 현대의 아성(牙城)에 도전한 것이다. 그로부터 줄곧 두 그룹은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얼굴을 돌리는 관계였다. 그런데 이번에 배터리 부문에서 그 벽을 허물어 버린 것이다. 삼성SDI 는 현대차와 기아가 향후 출시할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할 '원통형 큰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기아와 현대차는 지금까지 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해 왔다. 미국 테슬라 등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와의 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미래형 배터리 개발 및 안정적 공급라인 확보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최대 목표는 글러벌 시장에서의 '동반성장'이다.